
Mriya
미리야(Mriya)는 인도 케랄라주 트리수르의 바란다라필리, 육두구 나무의 향이 감싸는 대지에 지어진 주택이다. 이름은 '꿈'을 뜻하는데, 오랫동안 품어 온 바람이 마침내 이루어진 집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드러운 자연 한가운데 대담하고 현대적인 구조물이 솟아 시적인 대비를 이루지만, 건물이 주변을 압도하지 않고 나무와 빛과 함께 숨 쉬며 어우러지도록 지어졌다.
설계는 대지의 육두구 나무를 가능한 한 많이 남기겠다는 뜻에서 출발했고, 벽의 위치와 개구부의 자리까지 모두 이 원칙에 따라 정해졌다. 그래서 나무는 지워지지 않고 건축 안에서 액자처럼 담기고 포용되었다. 나무를 지키는 일은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창의적인 기회가 되어, 중정과 포켓 공간, 개구부는 나무를 품도록 계획되었고 기존 생태를 지키면서 공간의 질도 함께 높아졌다. 잎 사이를 통과하는 빛과 벽을 가로지르는 그림자, 건축 안으로 들어온 나무가 건물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건물은 땅 위에 놓인 오브제라기보다 땅의 연장처럼 보인다.
외관의 인상은 돌출한 직육면체 매스가 만든다. 솔리드와 보이드로 이루어진 이 역동적인 상자들은 깊이와 그림자, 리듬을 만들어 집에 조각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형태에 뚫린 개구부가 빛과 공기를 통과시키며 기하의 날카로움을 누그러뜨린다. 포치 역시 집의 건축 언어 속으로 자연스럽게 섞여 들고, 전면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핀 월(fin wall)은 시각적 닻이자 녹색 스크린으로서 건축과 자연 배경을 잇는다. 이 집에서 가장 정감 가는 대목은 육두구 몇 그루와 망고나무를 보존한 방식으로, 포치 안쪽에서는 지붕 슬래브를 뚫어 나무가 그대로 위로 자라도록 했다. 자연이 앞서고 건축이 뒤따른다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평면은 입구에서 중정까지 이어지는 중심축을 따라 펼쳐지며, 단순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유동성과 채광, 맞통풍이 확보되도록 짜였다. 동선은 첫 번째 문턱이자 잠시 멈추는 자리인 현관 앞 좌석 공간(sit-out)에서 시작해, 문을 열면 집의 심장인 이중 높이의 중앙 볼륨으로 이어진다. 이 볼륨은 층과 층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고 곳곳에 낸 천창으로 지붕에서 빛을 끌어내린다. 축의 동쪽에는 거실과 식당, 주방, 업무 공간이 놓여 큰 동향 창으로 아침 햇빛의 온기를 받고, 서쪽에는 침실을 두어 더운 시간대에도 프라이버시와 그늘을 확보했다. 한쪽의 개방과 활동, 반대쪽의 휴식이 리듬 있게 균형을 이루는 구성이다. 이중 높이의 보이드는 공간의 중심축이 되어 단조로움을 깨뜨리고, 수평으로 넓히는 대신 수직의 겹침으로 공간의 풍부함을 만들며, 선형 천창이 하늘을 안으로 들여 중심부를 은은한 빛으로 씻어 준다.
재료는 따뜻함과 촉감을 중심으로 골랐다. 바닥과 문에 쓴 붉은색 마이크로토핑은 대담하면서도 흙내 나는 바탕을 만들어 공간에 온기와 열정을 더하고, 석회 마감 벽은 이 강렬함을 누그러뜨려 전통적인 감성을 현대적인 형태 안에 불러온다. 조경은 방갈로르 석재와 멕시칸 그래스, 수공으로 만든 조각으로 구성되어 대지의 자연스러운 거친 맛을 살리면서 장인의 섬세함을 더한다. 솔리드와 보이드의 맞물림, 수직 그릴과 핀 요소가 평면의 수평성과 입면의 수직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핀이 드리운 그림자부터 가는 난간까지 모든 요소가 구성 전체의 고요함에 기여한다.
조경은 필요와 섬세함이라는 원칙을 따랐다. 육두구 나무는 거의 전부 남기고, 열린 공간은 편의가 아니라 땅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파냈다. 현관 앞 좌석 공간의 양옆으로는 반사하는 수공간이 두 곳 있는데, 하나는 거실 옆에, 다른 하나는 부모님 침실 옆에 놓여 자연스러운 냉각과 반사, 고요함을 더하고 건물의 덩어리를 시각적으로 가볍게 한다. 한 수공간의 중앙에는 붉은 인체 조각이 서 있다. 짙은 붉은색으로 칠한 이 조각은 마치 상상했던 꿈이 마침내 살아난 듯 바깥으로 에너지를 내뿜으며, 그 색의 온기는 공간으로 번져 미리야의 정서적 핵심을 이룬다.
빛은 이 집을 규정하는 보이지 않는 재료다. 이른 아침 동쪽 창으로 스며드는 햇빛부터 핀 월을 지나 걸러진 저녁의 부드러운 빛까지, 한 줄기 한 줄기가 집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려 준다. 평면에서 시작한 선형성은 그릴과 위로 뻗은 수직 핀 같은 디테일로 이어지며, 이 선의 연속이 집에 응집력과 리듬을 주어 단순함을 우아함으로 바꾼다. 절제된 어휘에도 불구하고 미리야는 정서가 풍부한 집이다. 규모나 장식이 아니라 열려 있으면서도 친밀한 느낌으로 기억되며, 나무를 지붕으로 통과시키고 벽을 통해 초록을 담아내며 빛이 실내를 연출하게 두는 이 집은 건축을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된다.




























건축가 아이2에이 아키텍츠 스튜디오(i2a Architects Studio)
위치 인도, 트리수르, 바란다라필리
용도 단독주택
연면적 327.5㎡
준공 2025
대표건축가 Manuraj C R, Arjun K J
디자인팀 Manuraj C R, Arjun K J
조경 그린 플래닛(Green Planet)
구조엔지니어 스틸 앤드 크리트(Steel and Crete)
시공 니드콘(NIDCON)
발주자 Sumesh Chulliparambil
사진작가 Justin Seba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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