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서 작업실
원서동은 창덕궁 비원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조선 왕실을 돌보던 관리들이 모여 살던 동네다. 돈화문에서 창덕궁의 서측 담장을 따라 올라가며 한옥과 작은 점포, 다세대주택을 지나면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의 고가옥이 나온다. 이 가옥에 이어 가파른 언덕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시건축의 작업실을 지었다. 최근에 지어진 양식 건물이 많은 지역에서 한옥 밀집 지역으로 바뀌는 경계에 해당하는 위치다. 북촌과 원서동의 오랜 한옥들은 규모가 작다. 따라서 건축가는 새로 짓는 건물이 북촌의 모습을 거스르지 않기를 바라며, 크지 않은 다섯 개의 지붕을 가운데 평지붕 둘레에 모아 하나의 군집을 이루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지붕들이 하나둘 모여 작은 원서 마을이 되기를 의도했다. 다섯 개의 지붕은 크기가 각기 다르고, 용마루 선의 방향과 처마선의 올림새도 모두 다르다. 이는 부정형의 대지에 자연스럽게 앉히기 위한 방식이었다.
한옥으로 치면 가파른 언덕길에 면한 건물의 남측이 정면에 해당한다. 1층과 2층 바닥의 콘크리트 슬라브가 먼저 수평으로 바탕을 이루고, 그 위로 지붕이 수평으로 가다 이내 한옥 처마처럼 하늘로 치켜 올라간다. 이 지붕과 슬라브는 목재, 콘크리트, 철골 부재를 혼합해 가볍게 받친다. 외부 목재 열주는 간격이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식으로 세워졌고, 그 사이는 높이와 비례가 각기 다른 창과 목재 벽으로 채워지는데, 이 창과 벽은 향후 용도 변화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모습은 건물이 가볍게 떠서 천천히 비원을 향해 흘러가는 움직임을 연상케 한다. 동측으로는 세 개의 맞배지붕이 손바닥처럼 뻗어나가며 아래로 큰 창을 두어 고희동 가옥과 비원을 향해 시야를 열었다. 북측과 서측은 내력벽 구조로 계획하고 필요한 곳에만 창을 두었다.
지하와 1층, 2층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하고, 2층의 기둥은 철골기둥과 중목기둥을 조합했으며, 그 위의 지붕은 중목구조를 사용했다. 층마다, 위치마다 각각의 기능과 요구에 맞는 구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 시스템이다. 건물의 모든 귀퉁이에는 기둥을 안으로 들여 세우고 코너에 창을 두어, 지붕 처마선과 함께 벽에도 상승감을 부여했다. 네 귀퉁이를 통해 내외부가 넓게 연결된다.
내부와 외부 모두 노출콘크리트와 철골재, 목재, 합판을 주요 마감재로 사용했다. 가장 구하기 쉬운 기본적인 건설 자재로 경제적으로 짓기 위한 시도였다. 목재 기둥은 단열재 역할도 하며, 합판과 함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변 자연과 어울린다. 내부에서는 필요한 곳에 단청색 중 녹색과 주홍색으로 도장하고, 노출콘크리트 위에 한지로 마감했다. 주 계단은 폭을 다소 넓게 확보해 서가로도 활용했다. 단열은 1층의 노출콘크리트 벽에서는 내단열 방식을, 처마가 있는 2층에서는 주로 외단열 방식을 사용했다.
지난 수십 년간 사회·문화적으로 외부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들이며 변화해 왔고, 이 과정에서 전통은 변화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원서작업실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을 다시 찾고 재창조하는 방식을 다양한 접근으로 풀어본 시도이며, 전통과 변화 각각에 한 발씩을 딛고 지내온 시간 동안 쌓인 문화적, 건축적 기억을 담고 있다.


































건축가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See Architects)
위치 대한민국, 서울, 종로구
대지면적 351.40㎡
건축면적 198.56㎡
연면적 599.21㎡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건폐율 56.51%
용적률 110.47%
준공 2021. 12. 13.
대표건축가 류재은
시공 시공작(See Construction)
발주자 류재은
사진작가 김용성,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Architecture Project > Offi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도시를 심은 탑 /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0) | 2026.07.30 |
|---|---|
| 대지의 호흡을 품은 명료한 선 / 아틀리에 우눔 아키텍처 (0) | 2026.07.10 |
| 대지 위를 부유하는 혁신하는 공간 / 장윤규, 운생동건축사사무소, 포스코 A&C (0) | 2026.07.08 |
| 옛 항구 부지에 세운 목재 하이브리드 오피스 / 차오반 포스 아르키텍텐 (0) | 2026.06.29 |
|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재탄생한 근린생활시설 / 비에스엔 건축사사무소 (0) | 2026.06.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