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믜집
스믜집(염부의 집)은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운영하는 예술 프로젝트 '소금 같은, 예술(Art Like Salt)'을 위한 아티스트 레지던스로 계획되었다. 태평염전은 1953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염전으로, 소금박물관과 염생식물원 등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기반으로 예술가를 초청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믜집은 국내외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업하고 지역의 자연과 역사 속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대상지는 염생식물원과 소금박물관에서 약 2km 떨어진 갈대숲 사이에 위치한다. 저수지와 작은 개천을 지나 도달하는 이곳에는 1986년 염부 숙소로 지어진 건물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지붕과 일부 벽체만 남은 폐건물이었지만, 벽지와 못자국 등 생활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설계는 기존 건축물이 품고 있던 시간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태평염전의 풍경과 역사를 담아내는 장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설계의 출발점은 증도의 자연과 산업 환경에 대한 관찰이었다. 하얀 소금밭과 붉은 염생식물, 갈대숲과 거친 자갈길, 해풍에 검게 변한 소금창고의 목재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특히 소금을 생산하는 시설에서는 소금이 닿는 곳은 방부제 등 화학약품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또한 소금결정이 맺히는 결정지의 표면은 방부처리하지 않은 소나무 원목판재를 사용해 해마다 겨울철에 판재를 전면 교체해 부패를 방지한다. 건축가는 화학 처리를 하지 않은 소나무 판재를 사용하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교체하는 방식은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건축의 태도를 보여주는 요소로 해석했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을 반영해 외장은 방부 처리된 목재 대신 자연 목재를 사용하고, 표면을 그을려 내구성을 높이는 전통 기법을 적용했다.
외벽에는 표면을 태운 가문비나무를 사용했다. 자재의 가공과 공급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문 시공업체 대신 태평염전 직원과 지역 주민들이 직접 농업용 가스 토치를 이용해 목재를 그을리는 방식으로 시공을 진행했다. 설계 의도와 시공 방식이 지역의 노동과 기술을 통해 구현된 점도 프로젝트의 중요한 특징이다.
공법과 재료는 대상지의 조건을 고려해 결정했다. 운송비가 높고 중장비 사용이 어려운 환경, 지역 주민이 직접 시공하는 여건을 반영해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시멘트 블록, 스틸 파이프, 합판, 목재 등 현장에서 쉽게 조달하고 운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시공 과정에서는 도면보다 그림과 대화를 중심으로 의사를 전달하며 현장의 오차를 수용했고, 이러한 과정 자체를 건축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기존 건물은 약 8평 규모의 유닛 여덟 개가 일렬로 이어진 단층 건물이다. 설계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정면에 직각 방향의 CMU 조적벽을 덧대 수평적인 입면에 수직 리듬을 더했다. 조적벽은 지붕의 횡력을 지지하는 버트레스이면서 각 유닛의 출입부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기존 지붕 위에는 골강판을 덧대 얇은 판재의 두께를 드러냈으며, 단순한 매스의 묵직한 인상과 대비되는 가벼운 지붕 이미지를 만들었다.
실내는 기존 공간 구성을 유지하면서 일부 벽을 제거해 공간을 연결했다. 침실과 욕실은 독립적으로 계획하고, 거실과 작업실, 주방, 뒷마당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작업실은 기존 창을 1.6m 크기로 확장해 외부로 돌출시키고, 창틀을 연장해 깊이 1m의 작업 테이블을 만들었다. 이곳은 예술가가 작업과 식사, 휴식을 모두 수행하는 장소이며, 갈대숲과 저수지, 넓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의 시간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라운지는 두 개의 유닛을 연결해 조성했다. 공동 식사와 휴식뿐 아니라 세미나와 소규모 행사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으며, 출입부는 기존 외벽을 제거해 건물의 내부 구조와 오래된 마감층을 그대로 드러냈다. 철거 과정에서 생긴 흔적과 새롭게 덧댄 스틸 파이프, CMU 벽체가 함께 노출되도록 해 건물이 지나온 시간을 공간 안에 남겼다.
정면 돌출창에는 전통 놀이인 실뜨기에서 착안한 '실뜨기 롤스크린'을 설치했다. 도르래와 실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며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기계장치 없이 작동하는 로우테크 방식을 적용했다. 롤스크린을 비롯한 조명과 손잡이 등의 요소도 건축가가 직접 제작해 기존 건물이 가진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2022년 준공 이후 스믜집은 '소금 같은, 예술'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증도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제작하고, 완성된 결과물은 소금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일반에 상시 개방되는 시설은 아니지만, 문화예술 분야 창작자들에게는 제한적으로 숙소와 작업 공간을 제공하며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건축가 TCA 건축연구소
위치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용도 아티스트 레지던스(주택)
대지면적 942㎡
건축면적 261.06㎡
연면적 227.82㎡
규모 지상 1층
높이 4.2m
건폐율 27.71%
용적률 24.18%
구조 시멘트블록조
설계기간 2021. 4. – 2021. 6.
시공기간 2021. 10. – 2022. 6.
대표건축가 조웅희
시공 태평염전, 양영국
발주자 태평염전, 램프랩 LAMPLAB
사진 TCA 건축연구소, 이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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