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Project/Cultural

새들의 극장, 인간의 계곡 / 지오에이

ⓒCHEN Xi Studio

 

The Earth Valley Theater

 

새와 인간을 위한 랜드아트 극장 

"어스 밸리 시어터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마음의 모험입니다. 공간은 더 이상 은신처가 아니라 하나의 질문입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으며, 우리 자신에게는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 — 어스 밸리 시어터의 수석 건축가 쉬치(XU Qi)

도시화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종들 사이의 점진적인 소외와 함께 진행되어왔다. 현대 동물원이 등장한 이래, 새들은 대체로 날아가지 못하도록 밀폐된 조류사(aviary) 안에 전시되어왔다. 이러한 환경이 자연 서식지를 모방하도록 진화하는 와중에도, 지붕은 여전히 조류의 움직임을 제한하며 인간이 새를 타자로 바라보는 일방적인 방식을 강화한다.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성찰에서, 건축가들은 전통적인 조류사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 새들의 자율적인 비행을 수용하고 종간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중국-프랑스 예술 프로젝트인 '새들과의 춤(Dancing with the Birds)'을 출발점으로 삼아, GOA는 중국 장쑤성 이싱(Yixing)의 어스 밸리 시어터를 실험장으로 삼아 새들이 자신들의 논리에 따라 날고, 앉고, 깃들일 수 있는 개방된 시스템을 재구축했다.

어스 밸리 시어터의 건축과 인테리어, 조경은 GOA가 통합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통해 완성했다. 여러 분야 간의 협업을 바탕으로, 팀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총체예술(Gesamtkunstwerk)' 개념과 공명하는 아이디어를 탐구할 수 있었다. 연출가 판웨(Fan Yue)와 그의 팀과 함께, GOA는 이 극장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구상했다. 처음부터 예술가와 동물 전문가들이 디자이너·엔지니어들과 나란히 작업하며, 조류의 행동과 지형, 소리, 빛, 퍼포먼스, 디자인, 시공을 하나의 일관된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01 랜드아트로서의 건축

어스 밸리 시어터의 설계는 2021년에 시작되었다. 이싱에서 일련의 설계 프로젝트를 완료한 뒤, GOA는 오랜 클라이언트인 야오후 진(Yaohu Town)으로부터 새로운 의뢰를 받았다. 연출가 판웨의 '생태 서사 공연'을 위한 야외극장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부지는 마을 남쪽 끝, 개발되지 않은 계곡의 끝자락에 자리하며, 여러 방향으로 열리는 완만한 지형이다. 건축가들은 지상에 상당한 볼륨을 배치하는 대신, 극장을 계곡 안으로 가라앉혀 랜드아트의 일부처럼 읽히도록 했다.

특정 공연을 위한 극장을 만드는 것은 기존 유형학에 기반한 '범용' 시설을 설계하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는 공간의 논리가 미리 공연의 논리에 맞춰 조율되어야 했다. 인간이 아니라 새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이 과제를 한층 증폭시켰다.

이에 대응해, 건축가들은 '인간'과 '조류'라는 두 가지 관점 모두에서 극장에 접근하며, 그 공간적 구조를 두 방향으로 동시에 계획했다. 방문객에게 어스 밸리 시어터는 도시적 불안으로부터의 은신처로 구상되며, 새들에게는 외부의 방해로부터 보호받는 서식지로 기능해야 했다.

부지의 양 끝은 서로 다른 구역으로 조직된다. 입구와 매표소 같은 공공 기능을 담은 계단식 기단부, 그리고 새들이 서식하는 조류사 구역이다. 그 사이에는 객석이 자리한다. 도로에 가깝게 위치한 기단부는 극장을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하는 직사각형 볼륨들로 구성되며, 이 두 영역은 서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세 개의 입구 홀 중 하나를 통과해 객석으로 들어서면, 방문객들은 일상을 뒤로하고 새들에 의해 창조될 꿈의 풍경과 현실 사이의 문턱을 넘게 된다.

2,000석 규모의 객석은 기단부 뒤에 자리한다. 이 설계는 평지의 사용을 최대화하며, 건물의 가장자리가 지형을 따라가도록 한다. 계곡은 형태를 규정하는 하나의 그릇으로 기능하며, 그 형태는 바람직한 기하학적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유동적으로 남는다. 건물은 주변을 감싸는 언덕들 안으로 가라앉는데, 이 언덕들은 새들이 살아가는 환경의 일부이면서, 공연이 시작되면 자연적인 배경막이 된다.

두 번째 계곡이 메인 계곡과 교차하며 대나무 숲을 향해 뻗어나간다. 조류사들은 이 더 고요한 계곡을 따라 늘어서 있으며, 인간의 세계와 부드럽게 분리되어 있다. 다양한 지형은 무대를 확장시킨다. 흰황새 무리가 좁은 계곡 회랑에서 나타나며, 음향과 조명 효과와 함께 극적인 절정을 이룬다.

02 새를 위한 설계

'자연 속 공존'이라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연에서, 새들은 열린 극장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짜여 들고, 선회하며, 결국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이런 맥락에서 건축가들은 일련의 질문들과 마주했다. 새들에게는 어떤 종류의 이륙 경로가 필요한가? 그들은 어디에서 시야와 안전감을 얻는가? 서로 다른 종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각각 어떤 종류의 서식지를 필요로 하는가? 어떤 재료들이 그들을 끌어들이며, 어떤 소리와 빛, 바람 조건을 피하는가? 마지막으로, 극장 자체가 새의 관점에서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는가?

조류 컨설턴트들이 설계에 동반했다. 어스 밸리 시어터는 고리 모양의 구성을 채택한다. 새들은 조류사에서 객석 상부의 버드박스로 이동한 뒤, 부지 전체로 날아오른다. 이를 위해 건축가들은 비행 경로를 매우 세심하게 안무해야 했고, 좌석의 경사도를 수직 낙차에 맞춰 조율해야 했다. 맹금류들이 방문객들의 머리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가며, 인간과 새 사이의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새를 위한 설계를 달성하기 위해, 팀은 일련의 세부적인 조치들을 시행했다. 유리에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점 스티커가 부착되었다. 조류사의 내부 표면은 열처리된 목재로 마감되어, 내구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도료의 독성을 피했다. 각 종마다, 지면 자갈의 입자 크기와 조류사 창의 그물눈 크기, 공간의 구획이 모두 그 종의 신체와 행동에 맞춰 조정되었다.

03 지역 재료의 변주

여기서 재료는 얇은 장식적 표면이 아니라 건축적 감정을 담는 매개체로 의도되었다. 이싱은 오랜 도자기 생산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야오후 진은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재료 전략은 지역성을 우선시한다. '점토'와 '대나무'가 두 개의 핵심 모티프가 된다. 수많은 시험을 거쳐, 팀은 그 상징적인 질감을 야외극장의 조건을 견딜 수 있는 더 내후성이 강한 재료들로 번역해냈다.

문화적 상징으로서 '점토'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날것의 흙, 유연한 점토, 그리고 형태를 갖춘 테라코타다. 시공 과정에서, 조각된 콘크리트의 구조적 리브는 CNC로 형태가 잡힌 뒤 현장에서 장인들에 의해 손으로 조각되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볼륨들은 스케일이 확대되었으면서도 도자기가 지닌 촉각적 특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나무'는 무대 설치물과 조류사의 외피를 형성한다. 내구성과 유지관리를 위해, 팀은 짜인 대나무 섬유의 질감을 모사하기 위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을 선택했다. 세 가지 서로 다른 톤의 부재들이 무작위로 조합되어 얼룩덜룩한 파사드를 만들어낸다.

04 시공자가 된 설계자들

이 통합 설계 시스템 안에서, GOA의 다학제적 팀은 건축과 인테리어, 조경 설계를 수행했을 뿐 아니라 시공 관리에도 참여해, 개념 설계와 시공 도면 사이의 전통적인 경계를 해체했다. 전문 영역의 구분이 흐려지면서 조율은 더욱 유동적이 되었고, 설계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 집단적으로 시공자가 되어야 했다.

공연 구역의 완만한 지형은 배수 유입구 네트워크를 감추고 있다. 빗물은 일체형으로 타설된 배수로로 유도되며, 이는 계곡의 기존 홍수 수로 및 조경 수경 시스템과 연결된다. '점토' 지형에는 또한 음향 장비를 담는 숨겨진 공동들이 자리해, 연출팀이 '새들과의 춤'을 위해 고안한 멀티미디어 효과를 가능하게 한다.

효율성과 정밀함을 확보하기 위해, 조류사들은 경량 철골 시스템의 프리패브 부재를 채택한다. 세 가지 표준 유형의 벽 패널이 조합되어 외부 클래딩과 내부 단열을 모두 완성한다.

모형과 도면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참여하는 대신, 설계팀은 재료와 디테일, 설비, 시공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어스 밸리 시어터를 개념에서 거주 가능한 형태로 이끌었다. 더 중요한 것은, 건물의 설계·시공과 공연의 상연이 하나의 연속된 전체로 구상되었다는 점이다. 건축은 더 이상 표준화된 '무대'가 아니며, 공연은 더 이상 공간 안에서 단발적으로 일어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어스 밸리 시어터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총체예술작품'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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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지오에이(GOA-Group of Architects)
위치 중국, 장쑤성, 우시
용도 문화시설(극장)
연면적 9,200㎡
준공 2025
대표건축가 XU Qi 
디자인팀 GOA
설계관리 GOA
연출 Yueshang Studio (Fan Yue)
음향컨설턴트 EZPro
환경비주얼컨설턴트 ToThree
조류관리 Puy du Fou
발주자 Jiangsu Mingling Yaohu Town Tourism Co., Ltd.
사진작가 CHEN Xi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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